“과민반응”

처음 만난 사이인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마디 없이, 소위 요즘 말로 그냥 훅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고약한 성질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 요사이 있었던 까닭에,  먼지 쌓인 재고 같은 웃음을 팔며 나는 입꼬리 크게 늘려 “반갑습니다, 수고 하셨네요, 다음에 또 봬요”라며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갑자기 무리 가운데 한 명이 앞으로 걸어나와 가슴에 비수 같은 말을 던지고 떠났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고 했으나 충격에 곧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사람들이 가고 나서 그렇게 종로에서 뺨을 맞고 한강에 가서 눈을 흘기듯 나는 엄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러고도 화가 덜 풀려 저 한국에 사는 친구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하소연을 하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겠더라.

허나 ‘과민반응’이라는 술로 만취가 되어 자고 일어난 그다음 날, 속뿐만이 아니라 머리 와 가슴, 몸 전체가  쓰리고 아프다.  그리고 부끄럽다.

숙취에 고생한 술꾼이 다시는 술을 먹지 않는다 맹세를 하지만 곧 다시 술을 찾듯, 비슷한 일로 난 또다시 과민할 것을 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불상에 손도장 찍어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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