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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요’ 만성 증후군

복잡한 인연의 굴레 속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불륜과, 출생의 비밀, 질투의 삼각관계 등으로 범벅된 티브이 연속극 속 삶의 이야기를 뻔하다 생각하며 관심 없는 척 열심히 보았더랬다.

사실 내 삶도 그 뻔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말 오후 케이블 티브이의 재방송 드라마 같은 얘기였을텐데…

뻔한 내 청춘, 그 제목을 정하자면 아마도 “나 힘들어”였다.

서른 중반까지 오랫동안 ’나 힘들어’라는 말을 남한테든, 나 혼자 속으로든 항상 되뇌이며 살았드랬다.

그만 힘들고는 싶은데 그리 말하는 것이 만성이 되더니 중독이 되었고, 힘들지 않아도 힘들어야 했고, 그리 힘들다 말해야 나는 좀 살아있는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리 말하며 내가 지겨웠다. 그리고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삶의 고라는 단어에 조금 덤덤해져 자기연민이 얘전같이 심하진 않지만, 오랜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의 떨리는 손처럼, 나는 가끔 힘들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다 엊그제 지인으로 부터 문자가 한 통이 날라왔다,

“어디 갈만한 절이나 찾아갈 스님 좀 소개 시켜주세요, 제가 요즘 좀 힘들어서요”

내 기억에 그는 오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드는 중이다, 앞으로도 그는 오래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찾아 보겠다는 답문자를 보냈다.

아는 절과 스님들을 떠올려 봤으나, 어떻게 그의 힘든 삶에 위로가 될지 답을 알지 못한다.

2 Comments

  1. 수진 수진 3월 11, 2018

    수천가지의 작은 결정을 끊임 없이 내려야하는데 그것을 미리 알려준 사람은 없는듯

    답이 딱히 없는 질문부터 뻔히 보이는 물음과
    인간으로서 던지는 내면의 질의까지 합하면 그 선택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녹록치 않은 발자취에는 그 때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취하며 굽이굽이 열심히 살아왔듯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잘 지내온 것보다 못 지온 것 같은
    가슴에 눌려 답답한 이 밤에도
    그럼에도 감사하며 평안이 임하기를
    한 치(3.03 센티미터) 앞 못보는 인생이지만 동시에 십년을 꿈꾸며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마음을 적셔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수진

  2. monkds monkds Post author | 3월 13, 2018

    읽어 주시고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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