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7년 12월

  • Dear 아미타불

    지난밤의 꿈속에 죽음을 마주하고 깨어난 아침은 왼쪽 심장에 아직 서늘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 꿈에 제가 타고 가던 차는 험한 산 간 중턱을 가파르게 내리며 달리다, 갑자기 길을 벗어나 계곡으로 떨어졌습니다. 분명 차가 땅으로 추락하기까지는 순간일 텐데, 떨어지는 차 속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습니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저는 당연하다는 듯 당신의 이름 “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다 잠을…

  • 몸에 쓴 반야심경

    몸에 쓴 반야심경

    교회의 주기도문처럼 반야심경은 새로 절의 문지방에 발을 들인 사람이 가장 먼저 외우고자 노력하는 경전일 것입니다. 새벽, 사시, 저녁예불, 그리고 거의 모든 절집의 의식에서 빠지지 않고 독송을 하다 보니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경전이기도 하고요. 260자의 짧은 한문으로 이루어진 반야심경般若心經 은 서유기의 삼장 법사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중국 당나라 현장 스님에 의해 7세기 중엽에…

  • 모르는 이야기

    맨충남 공주의 외진 시골 마을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자주 다투던 학교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눈에 서로의 말과 행동이 거슬렸던 모양이지요. 전교생이 모두 기숙사에 살아야 하는 학교였던 터라 수업이 파하면 안 봐도 그만인 경우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주는 것 없이 서로 미워하며 살다 3학년이 다 되어 졸업이 가까워져 올 때쯤, 다른 친구들을 통해 우연히 몰랐던 친구의…

  • 금수저 석가모니불

     Dear  석가모니부처님 이천오년여 년 전의 이월의 보름날, 한 쌍의 사류나무를 지붕 삼아 당신은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하여 우리들 사는 모습은 당신 살던 때하고는 많이 달라졌지요. 연기의 가르침을 전하려 열정 가득히 북인도 구석구석을 당신은 맨발로 걸어 다녔다지만, 요즘 그렇게 정성스럽게 땅을 밟고 먼 길로 다니는 사람은 드물답니다. 느린 것이 참을 수 없는 중생들의…

  • 보석경 寶石經 _ Ratana Sutta: 삼보는 불자가 비빌 언덕

    여기에 모인 어떠한 생명이든, 땅 혹은 하늘에 사는 모두는 행복하소서. 그리고 지금 들려줄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소서! 그대들이여 잘 들으소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며, 사람들이 공양을 올리니, 이들을 정성으로 보호하여 주십시오.  이 세상 혹은 저 하늘 세상의 어떤 귀하고 소중한 보석도 여래, 부처님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참된 보석! 이와 같은 진실에 의해 모두 행복하소서.

  •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편견

    맨하튼에 폭탄이 터져 여러 사람이 다쳤다는 뉴스가 나오고, 오래지 않아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서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옵니다. 별일이 없느냐면서… 잊을만 하면 무시로 접하는 총기 사고와 테러 소식에 무뎌진 마음 때문인지 저보다도 멀리 바다 건너 사는 지인이 더 놀란 모양입니다. 그러나 어지러운 세상사에 무심한 듯 지금 창 밖으로 보여지는 초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습니다. 우리를 두렵게…

  • 집착이 고라는 뻔한 위로

    아침 저녁 선선해진 바람을 코 끝으로 느끼며 8월의 끝자락에 서서 돌아봅니다. 올 여름도 시작하다 말고 끝나버린 낮 꿈입니다. 그리 바쁘게 자라는 성장의 시간 속에서도 그러나 걱정, 아쉬움, 삶의 불안 등은 자기들의 시간이 따로 존재하는 듯 느리게 흘렀지요. 그렇게 8월이 지나 9월로 접어듭니다. 집착이 고라는 절집의 단순한 위로는 힘을 잃은지 오래. 그래서 저는 여름 내내 그늘진…

  • 상서경 祥瑞經 Mangala Sutta_행운을 가져오는 노란택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에 세존께서 사위성의 제따숲에 있는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셨다. 어느 날 깊은 밤 한 천신이 제따숲을 두루 비추며 나타났다. 세존께 다가와서 인사를 한 다음 한 쪽으로 물러서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여쭈었다.   수많은 천신들과 인간세상은                           행복을 소망하여 상서로움을 생각하니 최상의 상서로움을 설하소서.…

  • 말이 여는 문, 세상

    길, 그 시작은 있는듯 하나, 그것은 항시 끝이 없는 영속永續인 듯합니다. 끝이라 생각했던 곳에는 새로운 선택이 항시 놓여있고, 우리는 숨 한번 깊이 몰아쉬고 다시 발길을 옮겨야 합니다. 어디로 갈지를 바로 안다면 다행일텐데, 길 아닌 길 혹은 길없는 길을 찾곤하지요. 오랜동안 목적없이 살다 나이 서른이 훨씬 넘어 멀리 공부하러 떠나겠다는 중에게 한 어른스님은 말했습니다. “소 걸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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