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lights under night sky

Dear 어머니

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쓸쓸함과 그리움을 부르는 저녁날, 저는 색(色) 선명한 뉴욕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빌딩숲과 수많은 인파사이를 헤짚고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서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 안의 문제들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서툰 제 마음의 모양에서 부터 온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어그러진 관계의 매듭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불현듯 가장 안쪽에 당신이 서 있습니다. 전화 한통에 우리 사이 여러 복잡한 감정의 결들이 잦아들지 않았겠지만, 그 날 저녁 저는 서툴게 안부전화를 했었습니다.

오래 전 머리깍고 중이 되겠다 길을 나서는 제게 당신은 그럼 잠시 바람을 쐬고 돌아오라 했었지요. 뭐 하나 진득히 하는 것이 없었던 아들의 성정을 아는 어미라 그런 말을 했을거라 짐작을 합니다.

그런데 18년이 지난 지금도 무슨 이유인지 저는 아직도 바람을 쐬고 있는  중이고, 당신은 늙고 병든 몸은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립니다.

어제 저의 전화 한통이 우리사이의 얽힌 관계의 매듭을 풀기에는 많이 부족할테죠. 건강히 잘 지내시라는 저의 서툰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급히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어미와 자식인 우리는 그 사이 참으로 어색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어색함, 서로에 대한 원망 때문일까요? 아니면 미안함 때문일까요?

아프고 힘든 몸일테지만 당신이 오래오래 살아 제 전화를 받고 어색한 통화라도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들 我无那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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